내 안의 역사전쟁 2015-11-11 (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중앙일보)
내 안의 역사전쟁 2015-11-11 (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중앙일보)
http://news.naver.com/main/read.nhn?mode=LSD&mid=sec&sid1=110&oid=025&aid=0002559673
...3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요즘 난생처음 고조선에 대한 책들을 읽고 있다.
국정교과서 필진으로 위촉됐던 최몽룡 교수가 인터뷰에서 위만조선, 홍산문화 등에 대한 얘기를 한 게 계기였다.
뭘 알아야 면장(面牆)을 면할 것 아닌가, 그런 생각에서였다.
그런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.
읽을수록 혼란스럽다.
고조선의 시작은 언제인지, 기자조선은 실체가 있는 것인지,
고조선의 중심지가 어디였는지, 한사군(漢四郡)은 정말 있었던 것인지….
확실하게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이와 관련해 학계가 두세 부류로 나뉘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는 점이다
(아직 나는 편을 고르지 못했다).
시간적으로는 약 2000년, 공간적으론 한반도 네댓 배 크기의 땅을 놓고 벌이는
'해석의 전쟁'이다.
성공의 역사냐 실패의 역사냐를 놓고 다투는 현대사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이다.
교과서에는 이 혼란이 어떻게 정리돼 있는지를 살펴봤다.
여덟 종의 고교 교과서가 약속이라도 한 듯 고조선에 딱 두 쪽씩 할애했다.
단군조선의 실체에 대해서는 『삼국유사』에 관련 내용이 있다고 두루뭉술하게 기술돼 있다.
기자조선의 실재 여부는 한 교과서만 다루고 있다.
중·고교 때 달달 외웠던 낙랑·진번·현도·임둔의 한사군은 거의 사라졌다.
대개 낙랑군에 대한 설명만 조금 담았다. 한 교과서에만 사군의 이름이 모두 쓰여 있다.
본문이 아니라 각주에 있다. 논란 최소화의 노력들이 엿보인다.
나의 역사 공부는 이제 시작이다.
한국 사회의 역사전쟁도 이제 시작이다.
교과서 논란 탓이기도, 덕분이기도 하다.
**역사를 제대로 모르면서 글쓰는 기자보다 제일 진솔하다는 생각이 드는 칼럼입니다.